2008-10-13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의 개정을 반대하며

인터넷이 생활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이제는 TV와 같이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렸습니다. 저만해도 이메일이나 웹등이 없이는 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가 되었습니다. 인터넷이 생활의 일부가 되어가면서 여러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모양입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자신에 대한 글(또는 사진, 동영상)에 심각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유명인이 있다는 내용을 TV나 신문을 통해서 종종 접하기도 하고 자살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제점이 점점 심각해지자 인터넷에 대한 통제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의 개정안(최진실법)'도 그중 하나입니다. 개정안을 아직 자세히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동안 그토록 추진하고 싶어했던 인터넷 실명제와 처벌 강화가 뼈대가 될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은 자유로운 공간입니다. 수년전의 인터넷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로움이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공간에 비하면 자유도가 높습니다. 이러한 자유로움의 바탕에는 익명성이 있습니다. 익명성은 장점 만큼이나 단점을 가지고 있는 야누스와 같은 존재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되는 반면에 거꾸로 상대방에 대한 공격성등 인간의 어두운 측면이 드러나게 만들기도 합니다.

만약 익명성을 제한적인 실명제를 통해서 제한한다면 이러한 문제는 극히 일부나마 해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익명성의 장점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점입니다. 인터넷이 그동안 여론의 장으로 성장하는데 크게 기여한 부분중 하나가 바로 익명성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게 되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떨리고 두근거립니다. 심지어 내가 발표하는 것이 아닌 글이 게시되는 정도로도 무척 긴장됩니다. 다른사람이 제 생각과 글을 어떻게 평가할지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의 경우에는 이런 부담감이 훨씬 적습니다. 심지어 kkoyee.com을 유명 포탈사이트에 등록하기까지 했습니다.

익명성은 비겁한 것이라 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의문입니다. 가끔 다른 사람들과 지내다보면 이중적인 견해를 가지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의 원래 생각과 대외적으로 나타나는 의견이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은.. 혼자사는 모양입니다. 이러한 경우 출구가 인터넷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흐름이 하나 둘 합쳐지다보면 거대한 물결이 됩니다. 물론 이것이 타인에 대한 비방이나 유언비어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정치 또는 사회 구조의 부조리에 대한 것이라면 긍정적인 효과는 엄청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최근 인터넷이 과거의 여론의 결집이라는 중요한 부분이 점차 줄어들고 여러가지 상업적인 공간이 엄청나게 팽창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최근 인터넷 블로그/인터넷 댓글에 대한 명예훼손에 대한 수사들, 저작권 분쟁 등으로 점점 중요한 부분이 퇴색하고 있다는 느낌조차 받고 있습니다.

조지오웰의 소설 '1984년'의 세계에는 익명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한가지의 공식화된 견해가 존재하고 있을 뿐입니다. 오직 당만이 절대선이며 절대진리입니다. 실재로 많은 독재국가의 모습을 보면 여론의 형성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씁니다. 여론내지는 언론 자유가 필요합니다. 물론 사상의 자유라든지 기타 다른 권리도 있겠지만,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오히려 좀더 강력한 보장이 필요합니다. 사회가 거대화/분업화 되면서 개인의 의견은 점점 묻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여론 또는 언론이란 방송이나 신문매체만을 뜻한다고 해석해서는 안됩니다. 저는 개인이 자유롭게 생각을 가지고, 그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자유라고 해석합니다.  일부 방송법이나 신문법 개정에는 언론의 자유를 주장하며 그토록 발발했던 인부 언론사가 인터넷의 통제에는 적극적인 모습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번 법 개정이 솔직한 마음으로는 과연 한 유명인의 자살 때문에 이를 막기위한 의도인지는 회의적입니다. 도리어 자신들의 비판을 막기위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기까지합니다. 한번 규제가 자리잡으면 사라지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인터넷 공간의 중요성에 비해서 충분하게 토론과 비판이 이루어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인터넷의 익명성 또는 폭넓은 자유의 비판에 대한 문제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이것을 제한했을 때 이루어지는 여러 부정적인 부분도 고려해봐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