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11

쵸비츠와 200살을 맞은 사나이


쵸비츠를 무척 재미있게 본 이유중 하나가 '200살을 맞은 사나이' 때문입니다. 스토리에서 유사한 점이 무척 많습니다. 아마도 남녀간의 사랑을 다룬 드라마나 소설이 상당히 유사한 이야기 전개구조를 가지는 점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당연한 결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목적은 '200살을 맞은 사나이'와 'A.I', '쵸비츠' 이 세가지를 비교해볼 생각이엇지만, 'A.I'을 본지 오래된데다가 다시 보기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200살을 맞은 사나이(이제부터 따옴표 생략)와 쵸비츠 두가지만 비교했습니다. A.I도 거의 비슷한 이야기 전개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1. 특별한 존재로써의 로봇(컴퓨터)

우선 200살을 맞은 사나이에서 앤드류(주인공, 로봇)는 생각할 수 있는 로봇입니다. 기술이 아직 완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만들어진 로봇인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인간의 창의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로봇은 앤드류와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모두 짜여진 프로그램에 따라서 행동할 뿐입니다.
쵸비츠에서는 치이는, 우선 두개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인간형 컴퓨터를 개발한 사람이 만든 결정체와 같은 컴퓨터이기에 모두가 특별한 존재로 인식될 가치가 충분하지만, 나머지 하나는 결국 사라지고 맙니다. 사실 쵸비츠에서는 특별한 존재로 인식되는 경우가 상당수 등장하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치이가 특별한 존재인 것은 사실입니다.

2. 인간과 같은 감성

1에서 이야기 한 것과 같이 앤드류의 양자두뇌는 인간의 뇌와 비슷한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쵸비츠에서도 컴퓨터들의 행동을 보면 인간과 비슷한 감성을 지니고 있다고 느끼게 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치이의 행동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3. 소유자의 신이 내린듯한 성품

사실 앤드류도 치이도 모두 악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돈을 번다든지 하는 악의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로봇(컴퓨터)입니다. 하지만, 앤드류의 소유자였던 '제랄드 마틴'도 히데키도 악의적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앤드류를 '합중국 로봇 및 기계 인간 회사'에 넘기는 것을 거부하였으며, 앤드류가 번 돈의 일부를 앤드류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쵸비츠에서 히데키 역시 치이가 번돈을 치이가 사용하게 한다든지, 여러가지 행동을 통해서 치이를 보호합니다.

4. 이름의 의미

길가의 개나 어린 아이들의 인형조차 가지고 있는 것이 이름이지만, 두 작품의 작가들은 이를 굉장히 중요한 것으로 생각한 모양입니다. 앤드류는 작은 아씨로부터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고, 치이는 히데키로부터 이름으로 불리게 됩니다. 더 재미있는 점을 이름을 지어준 존재가 이들에게는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점입니다.
하기야 김춘수님의 '꽃'과 같은 시를 읽어보면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길지 않으니 시를 여기에 옮겨놨습니다.
꽃 - 열기

5. 든든한 후원자(백!)의 존재

앤드류의 백은 사실 엄청납니다. 작은 아씨로부터 폴까지 이어지는 후손들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었으며 특히 폴은 변호사로서 상당한 명성과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후 앤드류를 도와주는 존재는 'Chee Li-hsing'이란 사람입니다.(공교롭게도 쵸비츠의 주인공의 이름을 영문으로 표기하면 Chii. 'ee'를 장음으로 읽는 경우가 많은 것을 생각해보면 의도적이었든지 우연의 일치였든지 어쨋든 작품을 읽는 재미를 더하는 측면입니다.) Chee Li-hsing은 세계의회 의원으로서 과학기술 위원회의 의장입니다.
쵸비츠 에서는 치이를 숨어서 돌보는 존재는 히비야라는 여성인데, 바로 인간형 컴퓨터 개발자의 배우자이자 쵸비츠 시리즈를 개발하는데 참여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어디에서 돈을 마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집안에 초고속 인터넷회선과(어지간한 기업의 회선보다 빠르다고 합니다. 광라인 하나 끌어오는데도 돈이 얼마인데..) 엄청난 컴퓨터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거기에 치이의 내부에 있는 프레이어 역시 큰 도움, 어쩌면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존재입니다. 마지막에 치이와 마주치게 되는 두 컴퓨터-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심판자로서의 존재이긴 하지만-결과적으로 치이를 돕는 존재입니다.

6. 인간성의 인정을 갈구하는 로봇(컴퓨터)

두 작품 모두 인간이 만들어낸 존재인 로봇(컴퓨터)는 무엇인가를 달성하려고 노력합니다. 앤드류는 자신이 인류로부터 인간으로 인정받기를 갈구합니다. 이미 그의 신체는 인간이라고 불릴 정도로 개조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음식을 통해서 에너지를 얻는 정도까지 발전되었습니다. 하지만 신체적으로는 거의 완벽한 인간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로부터는 인간이 아닌 존재로 인식될 뿐입니다.
치이 역시 만화영화를 보면 귀를 제외한 부분은 외관상으로 완벽한 인간입니다. 행동또한 2에서 이야기 한 것과 같이 인간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로봇이라는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치이가 원하는 것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것'인데, 여기에서 사랑은 남녀간의 사랑을 의미합니다. 남녀간의 사랑의 대상은 인간일 수 밖에 없습니다.(물건에 대해서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인류의 뿌리깊은 금기사항입니다.) 따라서 치이가 히데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 또는 인간과 동일화 될 수 있는 존재로 변화하는 히데키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사실 쵸비츠에서 , 치이라는 존재가 인간성을 획득한다면,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존재입니다.(귀엽고, 이쁘고, 사랑스럽고 하여튼 호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존재로서 설정이 되어 있습니다.) 가장 큰 장애물은 자신이 로봇(컴퓨터)이라는 점입니다.
두 작품에서 두 로봇(컴퓨터)가 원하는 것은 인간이란 존재로 인류 혹은 상대방에게 인정받는 것인데, 조금더 범위를 좁히자면 인간으로서 인정받는 것, 바로 자신의 인간성에 대해서 인류 혹은 상대방에게 인정받는 것이 목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7. 자신이 로봇이라는 한계 자각

앤드류를 로봇이란 이유로 큰 위험을 맞이합니다. 길을 지나가다가 불량배들로부터 하마터면 분해될 뻔한 위기에 처합니다. 또한 인류 복지의 증진에 큰 기여를 하였지만, 한가지 한계를 계속해서 달고 있습니다. 바로 로봇이란 점입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무한한 노력을 하지만 이를 극복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치이 역시 히데키와 계속해서 가까워지고, 결국 자신이 원하던 것을 손에 넣기 직전 위기를 맞게 됩니다. 그 위기의 원인은 바로 자신이 컴퓨터(로봇)이라는 점입니다. 사랑하는데 컴퓨터(로봇)으로는 한계가 분명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8. 한계의 극복

결과적으로 이들 존재는 이러한 한계의 자각으로 인해서 불완전한 존재가 되고 맙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난다면 소설 또는 만화영화는 무척 재미없어지고 말 것입니다. 결국 이를 극복하기 위한 무엇인가가 필요합니다.
우선 200살을 맞은 사나이에서 앤드류는 죽음을 선택합니다. 이유는 인간은 죽지만 로봇은 죽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느낌이나 정황까지 정확하게 전달하기 힘드네요.) 결국 죽음을 통해서 앤드류는 인류로부터 인간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쵸비츠에서 치이는 심각한 위기를 결국 행복과 추억이라는 말의 의미를 통해서 극복합니다.(결말이 만화영화와 만화가 어느정도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만화의 내용은 잘 모르기 때문에 만화영화를 기준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쵸비츠 시리즈의 개발자의 꿈이 로봇의 행복이었지만, 이미 프레이어가 실패했고 치이역시 비슷한 결말로 치닫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납니다. 추억이란 히데키의 말에 의하면 데이터처럼 삭제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초기화에도 삭제 되지 않고 기억이 살아 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히데키의 행복의 정의에 따라서 위기를 극복하게 됩니다.

9. 로봇의 3원칙

200살을 맞은 사나이에서 일부를 그대로 인용하겠습니다.
The Three Laws of Robotics:
1. A robot may not injure a human being or, through inaction, allow a human being to come to harm.
2. A robot must obey the orders given it by human beings except where such orders would conflict with the First Law.
3. A robot must protect its own existence as long as such protection does not conflict with the First or Second Law.
200살을 맞은 사나이만큼 엄격하게 쵸비츠에서 지켜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지켜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원칙에서 '인간(human being)'을 '사랑하는 사람(혹은 존재)'로 축소시킨다면 거의 완벽하게 지켜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0. 로봇의 인간성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

사람들은 로봇(컴퓨터)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시 200살을 맞은 사나이에서 일부를 인용하겠습니다. 앤드류와 리싱의 대화내용 중 일부입니다.
대화내용 보기

사실 쵸비츠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강하게 등장하지는 않지만, 등장인물의 일부 행동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유미나  미노루, 타카코의 이야기나 행동에서 강하게 나타납니다.
10의 내용은 다음 글과도 연관성이 있습니다. 다음 글은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한 내용을 쓸 생각입니다.

며칠전 마지막화까지 모두 봤는데, 정말 재미있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덕분에 예전에 읽었던 200살을 맞은 사나이도 한번 더 읽고.... 쵸비츠란 애니메이션은 20분씩 총 27화로 이루어져 있으니 전체를 보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200살을 맞은 사나이는 20페이지 정도의 짧은 소설이니 넉넉하게 1시간정도면 전체를 읽을 수 있습니다. 한번 읽어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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