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26

심야에 클래식 배틀넷을 닫는다고 합니다.

얼마전 인터넷 뉴스를 보니 황당한 기사 하나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게임 셧다운제 관련해서 국내에서는 심야에 클래식 배틀넷에 접속이 불가능해 진다고 합니다.( 참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0241207001&code=930507 ) 게임 셧다운제는 일정 연령 이하의 청소년이 야간에 게임을 접속하지 못하는 제도라고 합니다. ( 참조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1102502011831749002 ) 위에 링크한 기사에서는 블리자드의 업데이트 미비로 살짝 시선을 돌리고 있지만, 10년이 다되가는 게임에서 이런 업데이트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힘듭니다. 시선은 게임 셧다운제로 향해야 합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게임 셧다운제 이면에는 여성가족부와 게임업체, 그리고 관련 정부부처간의 복잡한 사정이 있는 것 같지만 이것은 확인하기 힘든 내용이기도 하고 이 글에서 다루려고 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넘어가야겠습니다. 문제는 왜 배틀넷을 야간에 전체 차단하는 지경에 이르렀나입니다.

우선 게임 셧다운제의 의도는 야간에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막아서 게임 중독을 막는 것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오래된 네트워크 게임들입니다. 이런 게임들은 접속자의 연령을 확인할 사실상의 수단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접속자 전체를 차단해서 청소년의 접근을 막을 생각으로 보입니다. 아직까지 해외 게임에 대한 이야기는 없지만 한글화된 게임의 경우에는 오게임의 예( http://www.fnnews.com/view?ra=Sent0701m_View&corp=fnnews&arcid=091007223940&cDateYear=2009&cDateMonth=10&cDateDay=08 )를 생각해보면 통신사 차원에서 야간 접속을 막는 등의 비슷한 수준의 차단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필요 또는 강요에 의해서 이것을 제한하거나 부정하는 단체나 조직이 있겠지만,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면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의 소행에 불과한 일입니다. 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막는다고 국민 전체의 게임 접속을 막는 것이 합리적인 것인지에는 의문이 따릅니다. 그리고도 게임 셧다운제가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도 많이 의문입니다.

사실 이 기사를 보면서 재미있는 점이 사람들이 '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서 야간에 클래식 배틀넷 서버 접속을 차단한다.'와 '청소년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서 야간에 모든 사람의 클래식 배틀넷 서버 접속을 차단한다.'를 보고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입니다. 아마 전자와 후자를 보고는 태도가 달라질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이번 일은 두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우선은 저를 포함한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면 무척 느슨하게 생각합니다. 사실 게임 셧다운제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저는 미성년자가 아니기 때문에 싸움구경 하는 사람과 굉장히 유사했습니다. 저는 싸우는 한쪽에 동의하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싸움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 구경꾼이었습니다. 약간 옆길로 새는 측면이 있지만 이런 글( http://ko.wikipedia.org/wiki/%EB%82%98%EC%B9%98%EA%B0%80_%EA%B7%B8%EB%93%A4%EC%9D%84_%EB%8D%AE%EC%B3%A4%EC%9D%84_%EB%95%8C )을 예전에 읽은 적이 있습니다. 나치가 자행했던 절대악과는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과거에 연좌제가 암암리해 행해지고 있었고, 야간 통행을 금지하던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사회제도는 당시 시대상황에 비추어 생각해봐야 하지만 지금 보면 황당함을 금치 못할 것들입니다.

이런 제도가 도입된 가장 큰 이유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연좌제에 걸리는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야간 통행금지야 밤에 안나가면 됩니다. 네트워크 게임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고 밤에 게임을 안하면 됩니다. 게임 안한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누가 잡아가는 것도 아닙니다. 그동안 단순하게 생각하다가 갑자기 "모든 사람"을 차단한다고 하니 클래식 배틀넷에 관련한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닌데고 갑자기 민감해집니다. 잠재적으로 저한테 손해가 되기 때문일 겁니다.

두번째로는 시각의 문제입니다. 어떤 문제를 생각할 때 넓게 생각하기가 무척 힘들다는 점입니다. '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서 야간에 클래식 배틀넷 서버 접속을 차단한다.'이란 문장은 '청소년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서 야간에 모든 사람의 클래식 배틀넷 서버 접속을 차단한다.'란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앞의 문장을 보고는 대부분이 '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서 야간에 청소년이 배틀넷 서버 접속 하는 것을 차단한다.'로 생각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처음에 이런식으로 제도가 실행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사람도 물론 있었겠지만 저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글을 읽거나 어떤 사건을 목격할 때 적극적이지 않더라도 가끔 자신의 잠재적인 의견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피상적인 큰틀만 가지고는 구체적인 것을 그리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이번 일을 보면서 어떤 것을 접할 때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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