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30

디아블로3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다려왔던 디아블로3가 나왔습니다. 전작인 디아블로2를 무척 재미있게 했던 경험이 있어서 게임을 구매해서 즐기고 있습니다.

서버 불안정이나 몇몇 게임상의 오류 때문에 이야기가 많은데, 사실 블리자드 게임은 항상 그래왔기 때문에 오히려 덤덤합니다. 디아블로2 초기에 심심하면 렐따(렘름다운)였고, 와우도 큰 패치 이후에 한달간은 상당히 고생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크게 다른 점은 없었습니다.

그래픽도 10년이 넘게 흐른만큼 엄청나게 개선됐고, 디아블로2의 암호 같았던 스탯이나 아이템 능력치도 직관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전작처럼 공속이나 캐스팅 속도 때문에 프레임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여기에 스탯이나 스킬을 하나 잘못 찍었다고 처음부터 다시 키우지 않아도 되고, 높은 레벨일 때 죽어도 패널티가 없습니다. 디아블로2에서 불편했던 부분이 정말 많이 개선됐습니다.

문제는 가장 중요한 몬스터와의 전투가 전작에 비하면 많이 부족해 보인다는 점입니다. 악몽까지는 그럭저럭 즐겁게 플레이 할 수 있는데 지옥을 넘어서 불지옥에 들어가면 종종 짜증난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동일한 플레이를 네번이나 반복해야 하는 것도 그렇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정예 몬스터들의 공격방식입니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와우와 다르게 단순하고 공격적으로 캐릭터를 운용하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이번에는 공격적인 부분이 지나치게 많이 퇴색한 느낌입니다. 게임 컨텐츠의 수명을 늘리려는 생각이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이전의 공격적인 전투방식의 즐거움이 많이 줄어 들었습니다.

정예몹을 계속해서 공격하기도 힘들고 체력이 커서 몬스터와의 전투가 늘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여기에 '무적 하수인'이라든지 '소용돌이' 같은 몬스터의 공격방식은 게임플레이에 짜증을 유발합니다. 와우의 인스턴트 던전 플레이가 난이도 조정과 참신함의 압박에 확장팩이 나올 때마다 귀찮고 조잡스러워지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입니다.

아직 확장팩이 등장하지 않아서 확실하게는 모르겠지만, 스토리가 뭔가 많이 공중에 떴다는 느낌입니다. 사실 디아블로 시리즈 자체가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은 아니긴 하지만 전작에서 세계석의 파괴라는 엄청난 사태에 대해서 설명이 없고, 티리엘의 행동은 뭔가 전작과는 다른 인물을 보는 느낌입니다. 게임의 퀘스트 진행 방식이 처음 게임을 플레이 할 때는 즐거움을 주긴 하지만, 나중에는 매번 몬스터를 잡을 때마다 봐야 하다보니 나중에는 귀찮아집니다. 와우 인던 플레이에서 종종 경험했던 이벤트 진행방식의 문제가 디아에서 반복되는 것을 보니 정말 의아할 뿐입니다. 특히나 보스 몬스터를 반복 시도해서 잡는 경우에는 짜증까지 납니다.

디아블로3는 2와는 다르게 사용 가능한 스킬 갯수가 제한돼 있습니다. 아마도 전작의 단순하고 직관적인 컨트롤을 살리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이것은 오히려 캐릭터의 개성을 제한하는 장벽으로 밖에 안보입니다. 몬스터 디자인을 통해서 단순하고 직관적인 플레이를 유도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반대가 된 느낌입니다.

서버 불안정이야 블리자드 게임이 항상 그래서 저는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전작들과 비슷하게 점점 나아질 겁니다. 하지만 게임의 내용물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잘 만든 게임이지만 기대했던 것에 비해서는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디아블로라는 게임이 갖는 개성이 지나치게 희석돼 버렸습니다. 디아블로는 디아블로이고 와우는 와우인데, 와우의 요소가 디아블로에 너무 과하게 섞여 들어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디아블로2가 그랬던 것처럼 확장팩을 출시하면서 게임이 많이 개선돼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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