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26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1기, 만화영화)를 봤습니다.

최근 접한 우울한 사회의 소식도 있고, 공교롭게도 듣는 음악까지 우울한 덕분에 종일 울적한 기분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하필 이런 시기에 듣고 있는 음악이 차이코프스키의 비창 교향곡인 이유는...... 기분을 전환할 겸 만화영화를 찾고 있었는데 최근 가장 화제가 된 작품 같아서 보게 됐습니다. 이전에 작성하던 글이 있었는데 울적한 마음에 때려치워 버렸습니다. 이 작품은 최근 2기 방영을 시작했다고 합니다.(개인적으로 크게 주목하고는 있지 않습니다. 상당수의 작품이 스토리나 여러 측면에서 무너지는 느낌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와우의 확장팩만 봐도 게임 그래픽이나 시스템 상에서는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지만 스토리의 측면에서는 점점 아스트랄 해져갑니다. 미치고 타락하고 아마 머지 않아서 티탄하고 엘룬도 잡아야 할것 같습니다.)

원작인 소설은 라이트 노벨이라고 하는 장르에 속해있다는데 사실 정체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참조 : http://ko.wikipedia.org/wiki/%EB%9D%BC%EC%9D%B4%ED%8A%B8_%EB%85%B8%EB%B2%A8) 우리나라의 '엽기적인 그녀'(사실 이것도 영화만 봤습니다.)와 비슷한 장르인 모양입니다. 소설까지 접할 생각은 전혀 없기 때문에 만화영화의 내용만으로 글을 쓰겠습니다.

사실 이 만화영화를 본 느낌을 이야기하면 복잡합니다. 스토리 라인이 복잡하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막상 생각해보면 무엇인지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솔직한 느낌으로는 혼선된 라디오 주파수를 잡아놓고 듣고 있는 느낌입니다. 단 스토리 전개 순서의 문제는 아닙니다. 스토리 전개 순서대로 한번, 방영순서대로 한번 두차례에 걸쳐서 감상했습니다. 이 작품은 아직까지 진행중이라서 많은 부분은 추측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래 글은 순전한 제 망상일 뿐입니다.

우선 나가토 유키가 이야기하는 정보 생명체란 느낌이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최후의 질문(The Last Question)에서의 AC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물론 코스믹 AC는 인간의 통제를 받지만 정보 생명체는 아마도 어떠한 생명체 또는 존재가 AC와 지능을 가진 생명체의 정신이 결합한 형태로 진화한 개념인 듯 합니다.('최후의 질문'의 후반부에 인간의 정신과 AC가 결합한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에서 AC는 점점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했으며 자신의 대부분은 초공간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정보 생명체는 비슷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보 생명체가 할수 없는 일은 AC가 엔트로피를 대규모적으로 감소시키는데 충분한 답을 얻기까지 영겁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과 같은 종류의 스즈미야 하루히의 능력일 것입니다.

코이즈미 이츠키의 초능력은 폐쇄공간에서 활성화 하는데 아마도 이 특정 공간은 또다른 평행우주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른 평행우주에서는 지금의 물리법칙이 모두 무효하게 된다고 합니다. 일상적인 물리법칙에서는 바로 붕괴할 신인이 존재하거나 코이즈미 이츠키가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다른 평행우주이기 때문이기에 가능합니다. 이 폐쇄공간과 접합점을 가진다는 내용으로 봐서는 아마도 한 평행우주는 다른 우주로부터 완전히 동떨어지지 않고 어떠한 상호작용을 하는 모양입니다. 끈이론에서 두개의 평행우주가 충돌하여 빅뱅이 발생했다는 것처럼요.

아사히나 미쿠루의 시간 이동은 미래의 평행우주로부터 지금의 평행우주를 지키기 위해서 수행되고 있는 듯합니다.  세계를 자신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분기시키기 위해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떠한 특정 평행우주로 분기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다르게 두인물과 다른게 어떤 역할을 배후에서 수행하고 있는지 윤곽이 정확하게 판단되지 않습니다.(이것은 할아버지, 정보, 빌커, 성-Sexual-역설같은 시간역설을 낳게 됩니다 - 참조 : http://brownred.tistory.com/118 - . 만약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 평행우주를 의식한 작품이라면 시간 역설을 교묘하게 작가가 이용해서 의외로 아사히나 미쿠루는 쿈의 동생 또는 쿈의 자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만화영화에서 쿈의 동생이 가위를 빌려가면서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때리는 행위를 하는데, 미래의 아사히나 미쿠루가 쿈에게 역시 비슷한 행동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능력은 평행우주를 생성하는 능력이며, 이렇게 생각해보면 결국 정보폭발의 의미는 새로운 평행우주의 성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폐쇄 공간이 아닌 개방된 공간을 만듦으로써 아마도 새로운 평행우주를 창조하게 됩니다. 따라서 엄청난 수의 정보가 생성될 것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갈려고 해도 기존의 우주와는 인과율이 깨졌기 때문에 과거로 향할수 없습니다. 새로 나타난 우주와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기존의 평행우주는 이와 동떨어져 독립적인 발전을 할수도 있고, 새로 창조된 우주의 작용에 의해서 또는 인과율이 깨짐으로써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 또한 할 수 있게됩니다. 아마도 첫번째 대규모 변화는 만화영화의 시점으로부터 3년전에 이루어진 모양입니다.

이 만화영화에서 아직 등장하지 않은 것이 바로 이계인입니다. 이계인의 등장은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는 것 같은데 우선은 다른 평행우주의 인물인데 스즈미야 하루히가 생성한 평행우주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 인물이거나 SF소설에서 흔히 이야기 하는 SOS단 어떤 인물의 반입자적(성격, 또는 능력등 어떠한 요소가 완전히 반대인) 클론의 형태로 등장할 것 같습니다.(일반인이라는 쿈이 이계인과 어떠한 연결관계를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의문의 인물은 바로 쿈입니다. 지극히 정상인 일반인이라는 설정이지만, 실상은 이름조차도 알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거기에 SOS단에서 일반인이라니 뭔가 이상합니다. SOS단의 각각의 캐릭터는 이름과 능력이 최소한 표면적으로 모두 드러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이라는 쿈은 본명을 알 수가 없습니다. 물론 다른 많은 등장인물의 이름 역시 알수 없지만 SOS단에 속해있고, 거기에 만화의 시점을 제공하는 인물인데 이름조차 나타나 있지 않다는 것은 무엇인가 숨겨진 메시지가 있다는 의도 같습니다. 지극한 현실주의자라는 설정이지만 내심 스즈미야 하루히와 유사하게 우주인, 미래인, 초능력자의 존재를 바라고 있기도 합니다. 지극한 현실주의자면서 이들의 등장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뭐낙 이상하다는 느낌이 너무도 강합니다.(돌발적인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 우리는 보통 연습이나 이미지 트레이이닝을 거칩니다. 이에 준하는 절차가 존재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거기에 SOS단의 여성 캐릭터들은 쿈이 좋아하는 여성형과 상당히 가까운 인물들로 보입니다. (쿈의 친구가 이야기하는 A등급 여학생들이 3명이나 있는 집단이 SOS단입니다.)

스즈미야 하루히가 창조한 평행우주에서 다시 원래 평행우주로 돌아온후 '프로이트 선생님이 웃겠네'라는 말을 합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이 행동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분명 지극한 현실주의자인 쿈은 의식의 영역입니다. 비현실적인 우주인, 미래인, 초능력자를 바라는 마음은 무의식의 세계에 잠재해 있을 것입니다. 코이즈미 이츠키는 '사실 이 세계는 어떤 존재가 꾸고 있는 꿈 같은 것은 아닐까'라는 말을 하는데 꿈은 바로 무의식이 전면에 등장하는 곳입니다. 그렇다면 이 무의식의 영역은 최종적으로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요?  이 무의식의 향방이 앞으로의 전개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될지는 모르겠지만 작품의 거대한 흐름을 바꿔놓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스즈미야 하루히가 만든 평행우주중 활성화할 세계를 선택하는 역할을 하거나 스즈미야 하루히가 평행우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쿈이 필요하거나 의외로 다른 4명과 차원이 다른 수준의 능력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제기되는 또다른 문제는 3년전의 평행우주의 변화인데, 쿈이 능력자라면 3년전 평행우주의 변화가 있었던 시점에 어떠한 방법이든 스즈미야 하루히와 쿈의 소통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한 단서는 작품 초반에 스즈미야 하루히가 '나, 어디서 너랑 만난적 있니? 오래전에 말이야'라는 대사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나머지 3인물이 스즈미야 하루히에게 밝히지 않는 것처럼 쿈에게도 뭔가 비밀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쨋든 중요한 점은 스즈미야 하루히의 중요한 행동에는 쿈이 어느정도 개입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좀더 이야기가 전개되야 할것 같습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아직 스토리가 진행중인 작품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재미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잠깐 잠깐 웃을 수 있는 개그 요소라든지 여러 캐릭터의 독특한 개성으로 누군가 한명에게는 호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은 참 좋았는데 정작 설명해 줘야 할 부분은 얼버무린 후 덮어놓고 넘어가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본만화영화 스토리 전개의 특징이 여러가지 복선을 여기저기 심으며, 문어발식으로 스토리를 확장한후 급격하게 서로의 연결관계와 설명이 이루어지는 것을 생각해보면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스토리 전개에 호감을 못느끼는 개인적인 부분이 작용해서 그런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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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5. 26 5:50
수정했습니다. 아직 글을 다 쓰지는 못했지만, 중간에 올립니다. 끝까지 쓸 자신이 없어서요.

2009-05-15

차이코프스키 제6번 교향곡 비창 - 왠지 모를 공허감과 우울함

보통 한가지 음악을 듣게 되면 꽤 오랜기간(1주에서 몇개월까지.. 베토벤의 9번교향곡-합창-은 1년이 넘게 들었습니다.)을 듣는 편입니다. 얼마전 접하게 된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6번 비창입니다.

우선 이 작품에 대한 첫 인상은 그리 좋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10년도 더된 고등학교 음악시간에 처음 들은 것으로 기억했는데 그때는 뭔가 맥빠지는 곡정도로 느꼈습니다. 집중에서 듣지도 않았고, 사실 다른 친구와 잡담하기 바빴던 기억이 납니다.

그후 차이코프스크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바이올린 협주곡을 찾던 도중 다시 듣게 된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뭔가 정신을 산란하게 만들만큼 사람을 우울하게 만듭니다. 듣고 있으면 그냥 자리에 주저앉아 정신을 잃고 앉아있고 싶게 만듭니다. 알수 없는 무엇인가를 기분을 땅아래까지 끌어 내립니다. 헤어나오질 못할 우울함의 늪에 빠진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만듭니다.

시간이 있으시면 꼭 들어보셔야 할 작품입니다. 단 절대 우울할 때는 들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우울한 음악은 우울함을 감싸지만, 이 작품은 막연한 우울함을 더할 뿐일 듯합니다.